블로그 68

봄은 그렇게, 피를 흘리고 왔다 - 4.19 혁명

4월의 봄빛은 따뜻하고 평화롭다.하지만 그 속에는유난히 차가운 날의 기억이 묻혀 있다.1960년 4월 19일,그날 서울의 하늘은 얼마나 높았을까.계절은 봄이었지만거리 위엔 최루탄 연기와누군가의 숨이 막히던 공기가 흘렀다.누군가는 교복을 입고 있었고,누군가는 연설문 대신 주먹을 쥐고 있었다.그날, 우리는‘국가’가 침묵하는 법을,‘국민’이 외치는 법을다시 배웠다.---거리로 나선 건, 단지 분노 때문이 아니었다이승만 정권의 장기 집권.부정 선거의 만행.그로 인한 정치적 불신과 사회적 억압.하지만 4월 19일의 거리는단지 분노만으로 가득했던 것이 아니다.그곳엔 희망이 있었다.정의가 있다면 누군가는 믿을 거라는어떤 막연하지만 순수한 신념.책가방 속 전단지,구호와 노랫소리,피 흘리는 친구를 부축하며도계속 걷던 사..

카테고리 없음 2025.04.19

시간 위에 남겨진 것들, 우리가 유산이라 부르는 이유 - 4월 18일, 세계 유산의 날

한 도시의 오래된 골목을 걷다 보면예상치 못한 벽돌 한 장,낡은 목재 창틀,햇빛이 바랜 간판에서도이상하게 오래된 숨결이 느껴질 때가 있다.그곳에서 우리는지금과는 조금 다른 시간,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살아냈던 삶을 느낀다.문화유산이란 단어는그렇게 우리 곁에 조용히 존재하고 있다.거창한 궁이나 고분,유명한 사찰이나 유적지가 아니더라도기억과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장소는그 자체로 하나의 ‘유산’이다.---세계 유산의 날,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4월 18일은 세계 유산의 날이다.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지정한 날로,전 세계의 역사적 기념물과 유적의 중요성을 되새기고,그 보존과 전승을 고민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이날이 되면각국의 박물관이나 문화재 관련 단체들은기념 전시와 프로그램을 열고,언론에서는 잠시나..

카테고리 없음 2025.04.18

김영하라는 이름, 낯익지만 낯설게 읽히는 작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그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김영하.낯익은 이름이지만, 한 작품 한 작품을 펼칠 때마다그의 문장은 낯설게 다가온다.익숙한 언어로, 전혀 새로운 시선을 던지는 사람.그가 바로 김영하라는 작가다.---삶과 문학 사이, 경계를 걷는 사람김영하는 1968년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났다.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이사를 다니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그 경험이 그에게 "고정되지 않는 시선"을 남긴 듯하다.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문학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1995년 단편 「거울에 대한 명상」으로 문단에 데뷔했고,이듬해 발표한 장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로제1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하며 강렬하게 등장했다.죽음을 예술로 대하는 한 예술가의 이야기.그는 데뷔작에서부터 이..

카테고리 없음 2025.04.17

길 위의 작은 기쁨, 가챠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

지하철역을 지나던 어느 날,전엔 없던 작은 매장이 눈에 띄었다.뱅글뱅글 돌아가는 수십 개의 투명 자판기들.동글동글한 캡슐 속엔 캐릭터, 음식 모형, 미니어처 책상까지.사람들은 조용히 줄을 서고,가끔은 웃고,가끔은 아쉬워하며 다시 동전을 넣는다.이건 단순한 장난감 자판기가 아니다.요즘 한국 사회에서 가챠 매장이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감정 포인트’가 된 이유가 있다.---작고 가벼운 소비가 주는 진짜 위로가챠는 보통 1,000원에서 5,000원 사이의 가격대를 가진다.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그래서 ‘가성비’보다 ‘가심비’의 정점에 가까운 소비다.우리는 요즘큰 지출은 무겁고, 무지출은 지겹다는 감정의 경계에 서 있다.그 틈을 파고든 것이 바로이 작은 플라스틱 캡슐 안의 귀여운 무언가다.“커피 한 잔..

카테고리 없음 2025.04.16

부모의 부채, 자녀의 불안 — 가족 안에 남겨진 청구서

요즘 젊은 세대는 조용히 고민한다.부모님은 괜찮을까.생활은 어떻게 하실까.그 빚, 혹시 내가 대신 갚게 되는 건 아닐까.아무도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부모님의 부채’는 자녀들에게경제적 부담만이 아닌, 정서적 혼란과 가족 관계에 대한 깊은 갈등을 던진다.마치 설명되지 않은 청구서가 조용히 테이블 위에 놓인 듯한 느낌이다.---왜 지금, 노년층의 부채가 문제일까우리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지만,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세대 역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많은 노인들이 퇴직 이후 안정적인 소득 없이 살아가고 있다.국민연금은 월평균 50만 원대.가파른 물가 속에서 생계를 유지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는 늘고, 돌봄 비용도 늘어난다.생활을 위해, 혹은 자녀를 위해신용대출이나 카드론을 쓰다 보..

카테고리 없음 2025.04.15

슬픔을 대하는 방식, 영화 속 인물처럼”

삶은 언제나 '계속됨'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중간중간 우리는 무너진다.누군가를 잃고, 어떤 관계가 끝나고,더 이상 설명할 수 없는 감정 앞에서 멈추게 된다.그럴 때 우리는 종종 영화를 찾는다.현실의 말들이 닿지 않을 때,영화 속 말 없는 장면들이 우리를 위로해 준다.오늘은 그런 영화들을 이야기하려 한다.슬픔을 말하지 않고 견디는 사람들,그리고 슬픔을 마주하는 방식이 다 달랐던 이야기들.---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Like Father, Like Son)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상실과 슬픔을 아주 조용하게 담는 연출로 유명하다.그의 영화엔 언제나 말보다 더 깊은 ‘침묵’이 있다.이 영화에서 주인공은육아를 ‘프로젝트’처럼 대하던 엘리트 아버지다.그에게 어느 날 병원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전해진다.“당신의 아이..

카테고리 없음 2025.04.14

오늘의 탄생 인물) 화면을 가만히 채우는 사람, 배우 유지태

유지태라는 이름을 들으면화려함보단 ‘깊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그는 어떤 장면에서든크게 소리치지 않지만가만히 공간을 장악하는 배우다.카메라 앞에 서면 말보다는 침묵이 더 강하게 전달되는 배우,그 특유의 느릿한 말투와 깊은 눈빛은어떤 역할이든 단숨에 설득력을 만들어낸다.---모델로 시작한, 우연 같았던 연기 인생1976년생인 유지태는원래 패션모델 출신이었다.189cm의 큰 키와 선이 고운 마스크,90년대 말 ‘트렌디함’의 상징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하지만 그의 행보는단지 잘생긴 청춘스타로 머물지 않았다.1999년 영화 《바이준》으로 데뷔한 이후,그는 의외로 빠르게 어두운 감정선과 서사 중심의 역할을 선택했다.그중에서도 대표작은 단연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이 작품에서 그는도저히 읽히..

카테고리 없음 2025.04.13

4월 12일, 조용한 숨결이 흐르는 공간, 도서관의 날📖

도서관에 들어서면 언제나 같은 공기가 있다.낡은 책 냄새, 종이 넘기는 소리,누군가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뭔가 ‘움직이는 중’이라는 느낌이 드는 곳.우리는 이곳에서읽지 않아도,말하지 않아도,무언가를 조금씩 채워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그래서 도서관은 단순한 책장이 아니라,삶을 고요하게 수습해 주는 장소다.---도서관의 날은 왜 4월 12일일까?‘도서관의 날’은 1963년 한국도서관협회가도서관의 공공적 역할과 독서 문화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4월 12일은 1945년 경성제국대학 도서관(현 서울대 도서관)이 일반인에게 처음 개방된 날로,지식이 특정 계층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한다는 정신을 상징한다.도서관은 그래서 공공성의 결정체다.돈이 없어도, 연줄이 없어..

카테고리 없음 2025.04.12

책을 읽고 싶은 날, 마음부터 살펴보자

책이 읽고 싶을 때가 있다.하지만 막상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책장 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다그냥 덮고 나오는 날도 많다.그럴 땐 ‘지금 내 감정이 어떤지’ 먼저 물어보면 좋다.책은 결국, 기분에 따라 읽히는 법이니까.오늘은 그런 방식으로 책을 추천해보려 한다.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감정과 장르가 만나면 어울리는 책이 있다.---마음이 무거울 때 – 에세이“위로보단 이해가 필요할 때, 누군가의 조용한 고백이 와닿는다.”《참 괜찮은 눈물》 _전승환《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_김신회《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_김수현감정을 꺼내놓기 어려운 날엔조금은 느슨한 문장들이 더 깊게 스며든다.문장이 멀리 있지 않고 바로 곁에 있다는 느낌.---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 짧은 소설“피곤한 날엔 짧고 ..

카테고리 없음 2025.04.11

어른이 되어 다시 본 어린 시절의 영화는 다르게 운다

어릴 적 봤던 영화는 단순했다.악당은 나쁘고, 주인공은 착하며,결국엔 모두가 웃는 결말을 맞는다.그때 우리는 그저 재미있었다.화면 가득한 색감, 빠른 전개, 귀여운 캐릭터,그리고 익숙한 해피엔딩.하지만 시간이 흐르고삶이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게 되면서우리는 그 ‘익숙한 영화’를 다시 꺼내보게 된다.그리고 놀란다.왜 이제야 이 장면이 슬퍼지는 건지,그때는 못 들었던 대사가 왜 지금은 가슴에 남는 건지.영화는 변하지 않았다.변한 건 나라는 감정의 렌즈다.---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두려움을 받아들이는 성장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땐치히로가 귀엽고, 가오나시가 이상하고,유바바는 그냥 무서운 할머니였다.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본 이 영화는,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치히로의 성장기다.이직한 부모..

카테고리 없음 2025.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