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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탄생 인물) 10월 20일, 삶을 문장으로 남긴 작가 박완서

reboot216 2025. 10. 20. 08:53



흙 묻은 작업복보다 단아한 치마저고리를 입고,
전쟁의 소음이 채 가시지 않은 젊은 도시 속에서
한 소녀의 마음에 ‘글을 쓰고 싶다’는 작은 불씨가 피었습니다.
그 소녀는 훗날 대한민국 문학의 뼈대를 이루는 이름이 되었고,
오늘, 그녀의 생일인 10월 20일에 우리는 그 문장을 다시 떠올립니다.


어린 기억, 상실과 진실

1931년 10월 20일, 경기도 개풍 묵송리에서 태어난 그녀의 삶은
시작부터 이별과 상실의 무게를 품고 있었습니다.
여섯 살에 아버지를 잃고, 1950년 전쟁으로 숙부와 형을 잃은 그녀는
“스무 살에 성장을 멈춘 영혼이다.”라며 자신을 회고했습니다.
그 모든 경험은 훗날 그녀의 문학 속에서
전쟁, 분단, 가족의 상실이라는 주제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글쓰기로 세상과 마주하다

대학 국문과에 진학했지만 전쟁은 꿈을 멈춰 세웠습니다.
생계를 위해 일하면서도 그녀의 마음속엔 언제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미군 PX 초상화부에서 화가 박수근을 만난 일이 전환점이 되어
그녀는 자신의 체험을 소설로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어떻게 살아왔다는 걸 증언하고 싶었다.”
그 마음이 첫 장편 『나목』(1970)으로 이어졌습니다.
마흔의 나이에 ‘소설가 박완서’가 되던 그날,
한국 문학은 새로운 목소리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녀를 기억하게 하는 작품들

『나목』(1970) : 전쟁 속 여성의 생존과 책임을 담은 등단작.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1992) : 유년기 상실과 시대의 아픔을 담은 자전적 소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 : 고통과 기억, 인간의 덧없음을 응시한 명작.

한 신인 작가가 “격려의 글 하나만 써달라”라고 부탁했을 때,
그녀는 웃으며 “아유, 그때 마흔은 요즘 예순이야.”라며
그림처럼 부드러운 사인을 남겼다고 합니다.
‘문인들은 돈이 없다’며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문인들에게는 부조를 받지 말라는 당부까지 남긴 사람.
그녀의 글처럼 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은 생애 끝까지 이어졌습니다.


글쓰기란, 살아온 자취

그녀는 중산층과 여성의 일상, 전쟁과 물질문명의 허위를
냉정하지만 따뜻한 눈으로 기록했습니다.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그녀의 산문 한 줄이 오늘도 우리 마음에 울림을 남깁니다.

“내 처녀 시절, 내가 쓴 게 이게 맞나 싶었어요.
그런 걸 나중에 누가 읽는다고요.”
(『우리 시대 소설가 박완서를 찾아서』 중)

그녀는 그렇게 자신을 의심하면서도, 끝까지 글을 썼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 기록했고, 그 기록으로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문장의 온기를 생각하며

그녀의 문장은 늘 조용히 묻습니다.

“당신의 상처를 숨기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살았던 일상은 그저 흘러간 게 아니에요.”

그녀가 남긴 글 앞에서 우리는 배웁니다.
아주 평범하다 여긴 하루하루가,
사실은 이미 문학이 되어 있었다는 것을. 오늘, 그녀의 생일에 우리는 다시 묻습니다.
“내가 살아온 이 하루는
언젠가 누군가에게 어떤 문장이 될까?”그 물음 앞에 서는 것만으로,
그녀의 문학은 여전히 우리 곁에 숨 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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