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시절, 손바닥만 한 알록달록한 계란 모양 기계 안에서
조그만 생명이 깜박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밥 달라, 놀아 달라, 청소해 달라.
그 작은 요구들이 얼마나 귀여우면서도 책임감이 느껴졌는지 모른다.
9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던 우리에게 다마고치는 그저 장난감이 아니었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끝까지 책임져 본 경험’이었고,
학교 쉬는 시간마다 손바닥 위에서 뛰놀던, 디지털 속의 첫 반려동물이었다.
시간은 흘러, 그 다마고치가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조금 더 세련된 모습으로.
화면은 선명해졌고, Wi-Fi로 친구 다마고치와 놀 수 있으며,
옷도 갈아입히고 방도 꾸며줄 수 있다.
이쯤 되면 옛 친구가 명품 쇼핑하고 돌아온 기분이다.
게다가 런던에는 다마고치 전용 매장까지 생겼다고 하니,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런데 왜 이런 유행은 꼭 이렇게 돌아오는 걸까?
밀레니얼 세대에겐 ‘그때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고,
Z세대에겐 ‘처음 만나는 옛날 감성’이 신선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거기에 SNS 인증샷과 밈 문화가 결합하니
다마고치는 이제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 ‘나만의 감성 소품’이 됐다.
가방에 매달린 작은 알 하나가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를 시작하게 만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단순함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
화려한 그래픽 게임이나 알고리즘에 쫓기는 SNS와 달리,
다마고치는 그저 작은 알에서 태어나고,
내 손길에 따라 자라나며,
언젠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간다.
그 평범하고 느린 과정 속에서
우리는 이상하게도 위안을 얻는다.
다시 손바닥 위의 그 친구를 들여다본다.
여전히 밥 달라고 보채고, 변을 싸고, 잠들고, 깨어난다.
세상은 변했지만, 다마고치는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걸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조금 더 부드러워졌을 뿐이다.
- 매일 공부하려는 블로거, 리부트 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