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신하균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하나의 얼굴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사람을 떠올린다. 선한 눈매와 고요한 분위기 속에 숨겨진 광기, 익숙한 듯 낯선 말투 속에 녹아 있는 유머, 그리고 연기를 마치 살아내듯 펼쳐 보이는 진심. 그는 참 독특한 결로 존재하는 배우다.
1974년 5월 30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태어난 신하균은 서울예전 방송연예과를 졸업한 후 연극 무대에서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영화 데뷔작은 장진 감독의 첫 작품 <기막힌 사내들>(1998)이었고,
이후 <간첩 리철진>,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등 초창기 필모그래피만 봐도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주류보다는 비주류, 대중보다는 틈새를 향한 감성으로 걸어왔다. 하지만 그 틈새는 어느덧 많은 이들의 마음속을 깊이 파고들었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는 <지구를 지켜라!>의 병구 역은 신하균이라는 배우가 얼마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인지 증명한 대표작이다. 그의 광기는 서툰 연기가 아니라, 눈을 뗄 수 없는 몰입 그 자체였다.
이후에도 그는 ‘뻔하지 않은’ 캐릭터를 선택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박쥐>, <더 게임>, <예의 없는 것들> 등의 영화뿐 아니라, <브레인>, <괴물>, <유니콘>, <욘더> 같은 드라마에서 그는 때론 괴물처럼, 때론 의사나 경찰, 정치인처럼 살아 숨 쉬는 인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채웠다.
그러나 신하균의 진짜 매력은 연기력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다. 그가 인터뷰에서 보여주는 어눌하고 수줍은 태도, ‘말 없는 배우’라는 별명에 걸맞은 짧은 대답, 그리고 의외의 유머 감각은 그를 더 매력적인 인간으로 만든다. ‘신하균 앓이’를 낳은 드라마 <브레인> 방영 당시 “제가 좀 아파요.”라는 멘트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웃게 만든 것도, 그런 인간미 덕분이었다.
그는 시상식에서 "신하균에게 백상이란?"이란 질문에 "오늘 받은 상입니다"라고 말하고, '단상 위에서 못한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많이 한 것 같은데요...”라고 수줍게 웃는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스크린 속에서는 누구보다 거침없이 감정을 폭발시키고, 복잡한 내면을 말없이 전달해 낸다. 이런 역설적 매력이 바로 ‘하균신’이라는 별명이 생긴 이유다.
그의 연기 인생에서 특별한 두 감독은 장진과 박찬욱이다. 장진 감독의 영화와 연극을 통해 '장진 사단'의 대표 배우로 활동했고, 박찬욱 감독의 대표작들에 다수 출연하면서 깊은 연기 내공을 보여줬다. 그를 두고 “연기를 한다기보다는 그 인물이 되어 나타난다”라고 말하는 동료들이 많은 것도, 무수한 장면들에서 그가 인물이 아닌 ‘존재’였기 때문이다.
연기를 오래 한 배우 중 일부는 어느 순간 ‘연기의 외형’을 따라가게 되지만, 신하균은 여전히 ‘연기의 본질’을 살아내고 있다. <괴물> 속 이동식이 그랬고, <나의 특별한 형제>의 강세하여도 그랬다. 모든 역할을 원래 자신이었던 사람처럼, 혹은 정말 존재하는 사람처럼 느끼게 하는 그의 연기는, 결국 관객의 감정 깊은 곳까지 닿는다.
사생활에서는 SNS도 하지 않고, 말주변이 없어 연기를 시작했다는 그는 인터뷰에서 “작품을 통해 여러분과 이야기하고 소통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스스로의 연기에 단 한 번도 만족한 적 없다고 말하는 그는, 그렇기에 앞으로도 여전히 새로움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하나라도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화를 선택한다”는 그의 철학은, 단지 커리어의 방향이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고집이자 자존감이다.
올해로 데뷔 26주년. 한 작품 한 작품이 그의 ‘말’이자 ‘표현’이었던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우리는 신하균이라는 배우가 앞으로도 어떤 얼굴, 어떤 감정, 어떤 생을 연기해 줄지 기대하게 된다.
- 매일 공부하려는 블로거, 리부트 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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